라하님의 포스타입

북산고의 정문을 나가서 오른쪽으로 15분쯤 걸어가면 오래된 상가 거리가 나온다. 15분이라고 해도 농구부원 보폭 기준이라 학교에서 아주 가까운 편은 아니다. 오래된 상가는 젊은 학생들보다는 동네의 토박이 주민, 퇴근길에 반찬거리나 안주거리를 사들고 들어가는 직장인, 저녁을 일찍 먹고 일하러 가야하는 야간근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그 가게’는 상가...

너를 처음 봤을 때 어두침침한 건물 안에 불이 환히 밝혀진 것 같았다. 곰팡내 나는 콘크리트 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시커먼 사내녀석들이 드글거리는 소굴에서 너는 마치 한 줄기 헤드라이트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오만 데를 다 쑤시고 다니며 헤헤 웃는 너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서 온 종자였다. 불량하게 보이려고 여기저기 손 댄 티가 나는 교복은...

“쟨 누구야?” 대만이 박철을 가리키며 물었을 때, 솔직히 기뻤습니다. 그에게 이것저것 못된 짓을 가르치는 것도 이제 슬슬 밑천이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대만인 오토바이를 타본 적도, 파칭코에서 놀아본 적도 없는 샌님이었지만 뭔가 하나 가르쳐주면 스펀지처럼 바로바로 흡수해버리는 녀석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깡패도 아니고 평범한 일반고의 양아치였던 우리가 으스대며...